왜 로마는 성공하고 그리스는 실패했는가?

그리스인이면서 로마의 역사에 대해 깊은 통찰이 담긴 「역사」를 저술한 폴리비오스에게는 이점이 항상 의문이었다. 도시국가에서 시작한 로마, 당시 선진 폴리스였던 아테네, 스파르타가 속해있던 그리스를 제치고 역사에 길이 남은 강국이 되었다. 도대체 로마는 어떻게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로물루스, 로마를 건국하다

로마는 기원전 753년 로물루스에 의해 건국되었다. 버림받은 쌍둥이였던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자신들을 버린 나라인 알바롱가를 힘으로 멸망시키고 로마지역으로 이동하여 도시국가를 건국 하였는데, 이 나라가 바로 로마였다.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늑대젖을 먹고 성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로물루스의 주된 업적은 로마의 건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로마의 체제를 확립했다는데 있다. 로마는 왕, 원로원, 민회 3개의 지배세력으로 구성되는 국가였다. 시대가 지나고 로마의 영향력이 증대됨에 따라 이 세력들의 역할을 조금씩 수정되었으나, 중요한 점은 독재정치, 귀족정치, 그리고 민주정치의 모습을 모두 담은 혼합된 정치형태를 만들었다는데 있다.

원로원과 민회의 대립, 왕과 원로원의 대립, 왕과 민회의 대립 등 다양한 갈등요소가 존재한다는 점이 있으나, 근본적으로 이 세 개의 지배세력은 로마 국가(조직)의 국익을 우선시하고 있었고 상호간의 갈등을 통해 더 효과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내었다. 이 과정에서 타 민족의 생각을 경청하고 다양한 사고를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러나 그리스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민주정치의 대명사 아테네와 군사 국가 스파르타는 그리스내의 폴리스였다. 지형적인 문제등으로 인해 이들 폴리스는 엷은 그리스 공동체라는 의식은 있었으나, 각기 독립적인 정치형태, 문화를 형성해왔다. 그래도 진취적인 그리스인의 성향은 수많은 식민지 폴리스들을 낳았고 이 도시국가들은 고대 남부 이탈리아 및 그리스 반도 전역에 걸쳐 존재했다. 지성과 모험정신이 뛰어난 그리스인들은 당시 로마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우수한 도시국가들을 건국했다.

하지만 로마는 성공하고 그리스는 실패했다.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개방성, 로마의 성공을 이끈 가장 중요한 요소

로마가 태생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는 인근 라틴부족과 화합이었다. 어떻게하면 이들을 로마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까? 이를 로마는 패자에게 절대적인 관용을 주는 방편으로 해결했다. 로마와의 전쟁에서 패한 사비니족에게 로마의 왕 로물루스가 준 혜택은 가히 파격적이었다.

1. 로마인과 완전히 똑같은 시민권을 부여할 것
2. 사유재산에 관한 모든 권리와 민회에서의 투표권도 가질 것
3. 사비니족 장로들에게 원로원 의석을 제공하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것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들을 로마시민으로 만든 것이다. 분명 베타적인 그리스인이었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식민지를 만들든지 스파르타였다면 철저히 파괴했겠지만, 로마는 달랐다.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패자조차도 자기들에게 동화시키는 이 방식만큼 로마의 강대화에 이바지한 것은 없다."

로마는 건국이후 끝없는 전쟁을 치뤘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국력을 축적할 수 있었다. 지배세력은 새로운 얼굴들이 주기적으로 교체되는 순환이 이루어졌다. 다른 민족일지라도 로마라는 국기아래, 모든 민족을 하나로 동화시키는 로마인의 역량하에 로마는 강대국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스 폴리스 국가들은 상당히 배타적이었다. 아테네는 대표적인 직접민주국가로 알려져있으나, 외국인과 여성, 노예에게는 선거권을 주지 않았다. 여기서 외국인을 규정한 범위가 '아테네 시민이 아닌 모든 이' 였으니 같은 그리스 폴리스에서 태어나도 외국인일 뿐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아테네의 사상, 교육에 수많은 업적을 남겼으나, 배타적인 아테네에서 그는 시민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이는 로마의 성공, 그리스의 실패에 영향을 끼친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전성기 로마 영토

로마는 이 개방성에 더해 법률을 중요시 하는 문화를 갖고 있었다. 다양한 민족이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는 사회에선 최소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법률이 필수적이었다. 성문법이었던 12표법, 리키니우스법 등 법률에 있어서 로마가 앞서갈 수 있었던 이유도 다민족국가였기 때문이 아닐까? 로마는 자유와 통제사이의 적정한 균형점을 찾았고, 이를 활용해 서유럽 전역을 통일한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성을 쌓는 자는 망할 것이고, 끝없이 이동하는 자는 살아남을 것이다.

투르크족의 왕 톤유쿠크가 한 말이다. 현재에 머무르고 과거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 주변세력을 포섭하고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현대 경영 전략의 포커스중 하나라 생각한다.

트위터가 성장한데에는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서드파티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서드파티에 의해 제공된 서비스는 트위터 클라이언트 뿐 아니라 URL 단축서비스, 트위터 용 사진 및 영상 서비스, 트위터 통계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또한 이들 서드파티간의 경쟁이 자연스럽게 유도되고 이를 통해 기존 사용자들의 효용도 함께 증가하여 트위터의 성공에 큰 역할을 해왔다. 트위터의 성공요인중 가장 중요한 요인도 개방성이었던 것이다.

Android, 오픈소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시대로 대표되는 21세기에도 여전히 개방성은 성공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담벼락을 쌓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지 않고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귀기울일 줄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로마의 역사는 진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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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에 약한 당신에게 바칩니다  (0) 2011.08.15

요즘, 페이스북을 소재로 한 '소셜 네트워크' 영화 개봉을 알리는 대대적인 광고가 각 포털
사이트의 메인을 채우고 있다. 마크주커버그의 페이스북 창업 스토리를 토대로 한 이 영화는 벌써부터 많은 관객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페이스북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작년 기준 전 세계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의 이용자수는 이미 8억 3,000만명을 넘어섰으며 이메일 사용자 수를 넘어섰다. SNS 패러다임 변화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페이스북, 향후 어떻게 우리의 삶을 바꿀까?

소통,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변화

페이스북의 사용자수는 이미 5억명을 넘어섰다. 전세계 인터넷 사용 인구 4명중 1명은 페이스북 회원인 셈이다. 또한 전세계 70여개 언어로 서비스 되는 진정 글로벌한 SNS이다.

페이스북, 트위터의 성장세는 역시 무섭다. 싸이월드는 역시 너무 작은 SNS였다.

우리는 속았다.
익숙한 미니홈피, 블로그가 제공하는 서비스 플랫폼에 물들어 진정한 사회의 변화를 꿰뚫지 못했다. 모바일과 인터넷을 통한 넓고 얕은 인간관계의 확장, 이를 통한 프로슈머, 위키노믹스의 사회, 거대 포털, 미디어에 종속된 우리는 그저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인터넷 유저에 불과했다.

페이스북의 가장 큰 성공요인은 대중을 수동적 정보 수용자로부터 적극적 프로슈머(정보 생산자)로 패러다임을 바꾼데에 있다. 당신의 인터넷 사용 실태를 보라.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고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사람은 극소수일 뿐만 아니라, 언제부터인가 싸이월드를 적극 관리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 홈페이지 업데이트 소식 및 이미 아는 지인들의 신변잡기적인 내용만 알아보는 용도로 SNS를 사용하고 있진 않은가?

진정한 웹사회의 혁명은 수동적 정보 수용에서 벗어난 소통에 있다. 정보 생산자와 독자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매쉬업을 통한 기존 생산 콘텐츠에서 한층 발전된 콘텐츠 생산에 이르기 까지, 웹사회의 변화 양상은 이러하거늘, 우리는 웹사회에서도 수동적인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욕구가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국내 시장에 안주한 포털, SNS 업체의 사용자 가두리 전략에 의해 우리의 욕구가 발현되지 못한 것이다. 콘텐츠를 생산하고 내가 관심있는 정보를 다른사람과 공유하는 활동이 얼마나 쉽고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 페이스북을 사용해 본 국내 100만 사용자 및 트위터 사용자들은 아마 공감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얕고 넓은 인간관계의 혁명

삼순이가 싸이월드를 막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아이는 우선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어 일촌신청을 걸 것이고 상대방이 수락하면 일촌이 되어 방명록도 쓰고 웃긴 사진을 보고 'ㅋㅋㅋㅋㅋ'와 같은 댓글을 달겠지. 그리고 새학년이 시작되면 새롭게 친해진 아이들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고 또 일촌을 신청하고....... 그런 식으로 온라인 상의 인간관계를 넓혀나갈 것이다.

페이스북은 다르다. 내 관심사, 좋아하는 것들을 프로필에 입력 후 그것과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친구 요청을 한다.(예전에는 팬이라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관계도 가능했다.) 나는 이 사람을 친구로 추가하고 서로 관심사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친해진다. 좋은 정보가 있으면 서로 공유하고 내가 제공한 정보 및 내 견해에 틀린 부분이나 보완할 점들이 있으면 각계각층의 그 주제에 관심있는 다양한 친구들에 의해 수정, 보완된다.

차이는 인간관계 결성 양식에 있다. 싸이월드는 오프라인상 인간관계의 확장인 반면 페이스북은 온라인 자체적으로도 인간관계를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친분있다는 '여섯 다리의 법칙' 처럼, 친구로 추가한 사람중 또 유사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끼리 또 친구를 맺고, 점점 확장해나가는 인간관계, 더 많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축제에 당신도 참여해보지 않겠는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엿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