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시대의 민주주의는 현 시대의 민주주의보다 발전된 모습이었다. 모든 시민들이 국가의 주요 주제에 대하여 직접 참여하여 토론하고, 결정함으로써,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다수의 생각을 모아 어느 한 방향으로 편중되지 않은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의견을 내릴 수 있는, 이상적인 민주주의 집단이었다. 다음의 아고라가 민중의 의견을 대표하는 인터넷 정치집단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다수의 네티즌들이 직접 참여하여 토론하는 문화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가상 인터넷 세계에서는 물리적 제약이 없기에 가능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이와 같은 아고라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가지 난점이 있다.


아테네 아고라는 노예가 있기에 가능했다.


혹시 아테네의 아고라에 참여하기 위한 기준을 알고있는가? 일단 노예는 참여가 불가능했고, 여자 또한 투표권이 없었다.(명백한 남녀차별) 오직 일정 연령에 도달한 성인 남성만 투표권이 있었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다.



아크로폴리스는 함부로 아무나 입성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노예와 여성이 모든 일을 대신해주는 환경에서 일반 남성 시민들은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전쟁이 나면 국익을 위해 참가하는 것, 놀고 먹는 시간에 소크라테스의 철학에 대하여 논하거나, 소피스트들을 통해 배운 수사학을 토대로 이리저리 난상토론을 펼쳤다. 생업에 얽매여 있지 않은 시민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었고, 이에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아고라와 같은 공간이 탄생하였다. 즉, 모든 일을 대신해 줄 노예와 여자가 없었다면, 아테네 시민들은 생업에 찌들어 여유롭게 아테네의 정치에 대하여 논의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관료제, 시대에 뒤떨어진 경영 조직 전략

관료제적 경영조직은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시대에 뒤떨어진 경영 조직 방식이다. 기안자가 시장 조사를 실시하고 고객의 핵심적인 니즈를 파악하여 경영 전략을 짜서 기획안을 제출했다 하더라도, 팀장->실장->과장->전무->부사장->사장으로 가는 결재 과정에서 거르고 걸러져서 사장에게 최종 결재를 받은 전략은 알맹이는 쏙 뺀 빈강정밖에 되지 않는다. 설령 그대로 결재가 이루어 졌다 하더라도 시장 상황이 이미 변해버린 경우가 태반이라 아무 쓸모없는 아이디어가 된다. 

                             이 피라미드의 끝을 올라가도 아무 보람이 없다.


더욱이 결재권자는 현장에 대한 지식이 담당자 보다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대기업 취직한 선배들이 직장생활 잘하는 방법으로 적당히 묻혀가는 거라고 할까? 아무리 잘나고 뛰어나봤자, 피라미드 위의 사람들을 잘 알지 못하는 이상, 즉 인맥이 없는 이상 좋은 아이디어도 여과과정을 거치면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모두 이와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료제적 조직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게 관료제적 조직이 단점이 많다면, 대기업들도 조직을 혁신하여 아테네와 같이 직접 민주주의적 조직을 구축하면 될텐데... 이와 같이 안되는 이유는 아테네 정치와 같이 먹고 사는 문제를 떨어뜨려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쉽게 풀어보자. 조직에 이득이 되는 결정이라 할 지라도 나에게는 피해가 오는 구조조정이 있다. 말이 구조조정이지 한마디로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말인데, 대다수의 의견에 따르는 아테네 민주정이라면 당연히 반대하겠지. 내 밥줄 끊기는데 찬성할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장이 최종 결재권을 가지고 있기에, 계급화된 관료사회에서는 따르는 수 밖에. 먹고 사는 문제만 걸려있지 않으면 이 조직에서 일하든 저 조직에서 일하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한마디로 빈부격차라는게 존재하지 않으면, 조직내의 여러 갈등도 해소될 것이고 자유로운 경영 전략에 대한 토론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아테네 아고라, 새로운 경영모델로서 부적합

아테네 아고라는 노예가 있기에 존속가능한 체제이다. 영리 추구와 밀접히 연결된 기업이라는 생명체에게는 적용하기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 물론 다수의 토론과 집단지성을 활용하여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가는 기업들에게 아테네 아고라는 분명 매력적인 토론 모델이지만, 인터넷 웹을 통한 새로운 조직체계는 아테네 아고라를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의 조직 체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영리 추구를 전제로 하고, 다양한 토론을 통해 다수의 선택을 받은 좋은 의견에 한해 인센티브를 제공해주는 방식 등 자유로운 토론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아고라를 넘어선 새로운 경영모델을 구축한 기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