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를 빌렸었다. 처음에 빌릴때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빌렸는데 조금 보니까 너무 지루하다. 반납할까 했는데 귀찮아서 관뒀다. 까먹고 있다가 6주가 지나서야 생각이 났다. 아차 싶어서 반납을 했지만, 연체료로 50,000원이나 냈다. 빌린건 천원인데 연체료가 50,000원이라니...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연체료 없이 보고싶은 만큼대여할순 없을까?

앞의 이야기는 비디오 대여 산업에서 최강자로 자리잡은 넷플릭스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사장의 실화다. 연체료 문제는 대여 산업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비디오를 빌리고 반납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어야 반납할 동기부여가 생긴다는 관습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문제가 있다는 건 모두 알고 있었지만, 바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고객에게 대여할때마다 심리적 부담감을 안겨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대여 업체들의 매출 15~20%를 차지하는 연체수수료를 포기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 난제를 극복하고 창업에 뛰어들어 10년만에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의 반열에 든 넷플릭스, 그들의 매력적인 스토리를 한번 들어보자


엄마, 나 수학 100점 받았어~ 아이패드 사줘

이번에 수학 100점 받으면 아이패드 사줄게와 이번에 수학 점수 떨어지면 용돈 끊을거야
이 중 어떤 것이 더 좋은가? 당연히 성적오르면 사준다는게 더 좋지 않겠는가?
인센티브란 근본적으로 타인의 행동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이 인센티브는 크게 두가지 방향이 있는데, 성공했을 때 보상해 준다는 것과 실패했을때 벌을 주겠다는 것이다. 목적은 똑같지만 방법만 다를 뿐인 이 두가지 인센티브가 있다면 당연히 기분 좋아질 긍정적인 인센티브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심리학 연구 결과에서도 긍정적인 인센티브(Positive Incentive)가 부정적인 인센티브(Negative Incentive)보다 더 효과적이라 한다. 이것을 잘 이용한 기업이 바로 넷플릭스다.

넷플릭스에는 연체료가 없다. 대신, 빨리 반납하면 그만큼 다음에 보고싶은 DVD를 더 빨리 볼 수 있다. 1달 간격으로 정액요금제를 채택하는 넷플릭스는 4.99달러(1회 대여시 1개, 한달에 2번) 부터 47.99달러(1회 대여시 8개, 제한없음)까지 9개의 다양한 요금제를 채택하였다. 넷플릭스 사용자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선택한 대여할 목록을 선택해놓으면 받아보고 반납봉투에 넣어 우편함으로 넣기만 하면 바로 다음 대여목록에 있는 DVD를 배송해준다. 이러한 긍정적인 인센티브는 소비자들에게 대여시 가질 수 밖에 없었던 연체료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고, 더 많은 DVD를 보도록 유도하는데 성공하였다.

                        다시 DVD를 보고싶으면 이렇게 본 DVD 반납하면 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은 이처럼 엄청난 수익을 불러들인다. 제품 혁신, 기술 혁신 등 여러가지 혁신이 있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운 방법으로 혁신하는 것은 폭발적인 성장, 사회 전반의 가치 혁신을 불러일으킨다. 넷플릭스의 사례는 이런 혁신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많은 DVD 중에 분명 내가 좋아하는게 있어!

넷플릭스에 등록된 DVD는 10만여개이다. 또한 17,000여개의 온라인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이 많은 콘텐츠중에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찾는 것도 일이다. DVD 하나 빌리려고 여기저기 영화 리뷰보다가 스포일러들한테 테러당하고, 못찾아서 지친 경험이 한두번쯤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다르다. 시네매치를 활용하면 내가 좋아하는 DVD를 단번에 찾을 수 있다.

시네매치는 사용자의 콘텐츠 클릭 이력, 대여 목록, 평가 점수를 분석하여 개인별 맞춤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10명의 가입자 중 8명이 시네매치에서 추천해준 DVD를 대여하는 걸로 조사되었으며, 넷플릭스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추천 서비스 개선을 위한 넷플릭스 프라이즈 라는 대회를 개최하여 시네매치보다 10% 향상된 결과를 산출하는 참가자에게 100만달러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개최했다. 기업 내부에서 혁신의 움직임을 보일 뿐만 아니라 이를 외부의 아이디어와 적절히 조합하는 넷플릭스의 지혜가 돋보인다.



시장은 내가 만들어 간다. 체인지 메이커로 등극

난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말 중에 하나가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 이다. 사람이 하는 일에 있어 불가능한 것이 어디있겠는가? 주어진 시장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고객의 수요를 만들어 내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이야 말로 변화를 주도해나가고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발돋움 하는 지름길이다. 가격은 내리고, 고객의 가치는 증대시킨다. 가치혁신과 블루오션 전략의 기본적인 개념을 충실히 지킨 넷플릭스의 성공은 어쩌면 예언된 것인지도 모른다.

                        Source: SERI 경제연구원, 고객을 움직이는 넷플릭스의 마법


변화에 적응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은 역사에 남을 것이다.
나의 기업 철학 지론이다. 역사에 남을 위대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면 넷플릭스와 같이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기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과거 성공의 덫에 허덕이지 말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프론티어 정신이 우리에게 절실하다.